달에 묻힌 남편과의 사랑

입력
2020.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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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캐롤린 슈메이커(7.31)


1999년 7월 31일, 미 항공우주국(NASA) 무인 달 탐사선에 특수 캡슐 하나가 실렸다. 애리조나 대형 분화구 '베린저(Barringer) 분화구' 사진과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별을 테마로 한 짧막한 문구를 새긴 캡슐에는 2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천체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Eugene M. Shoemaker, 1928~1997)의 유해 1온스(약 28g)가 담겨 있었다. 임무를 마치고 연료를 소진한 탐사선은 달 남극 근처에 추락했다. 슈메이커는 그렇게 인류 최초로 달에 묻혔다.

그는 캘리포니아공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지구의 땅보다, 만질 수도 파볼 수도 없는 우주의 지질에 더 마음을 쏟았다. 그 갈망을 그는 혜성의 발자국인 분화구에서 풀었다. 대표적인 게 깊이 173m의 베린저 분화구였다. 그는 분화구가 혜성 충돌로 만들어졌다는 걸 최초로 밝혀냈고, 공룡이 혜성 충돌 때문에 멸종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1994년엔 천문학자인 아내 캐럴린(Carolyn, 1929~)과 함께, 훗날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을 발견했다.

그의 꿈은 우주로 나가 지구 바깥의 땅을 탐사하는 거였다. 하지만 부신피질 호르몬 기능 저하증인 애디슨병(Addison's Disease) 진단을 받으면서 그 꿈은 물거품이 됐다. 대신 그는 1961년 미 연방지질조사국 천체지리학 연구팀을 맡았다. 1969년 달 착륙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 프로젝트를 위한 예비 지질 탐사 프로젝트였다. 그는 베린저 크레이터에 닐 암스트롱 등 우주인들을 모아놓고 표본 채취 등 지질 탐사 훈련을 지휘했다.

1997년 7월 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캐럴린의 동의를 얻어 그에게 달 편도 티켓을 선물했다. 그렇게 그는 달의 작은 분화구가 됐고, 만 91세의 캐럴린은 지금도 천체망원경을 통해 '매일 밤하늘을 밝히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편을 바라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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