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2분기 4397억 적자… 그래도 '선방'인 이유

입력
2020.07.29 17:33
현 유가 유지시 3분기엔 재고 이익 예상
배터리 사업 매출 증가 "2025년 100GWh 목표"

SK이노베이션이 시장의 예상대로 2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을 크게 줄였고, 배터리 부문의 매출이 상승세를 이어간 점 등을 근거로 업계에선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올해 2분기 매출액 7조1,996억원, 영업손실 4,397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매출액 7조3,596억원, 영업손실 3,3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었다.

먼저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 분기 1조7,752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 적자규모를 1조3,355억원 이상 줄였다. 회사 측은 "석유, 화학 등 전 사업군에 걸쳐 부진한 시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의 안정으로 재고 관련 손실이 줄어들었다"며 "중동 원유 공식 판매가격 하락 등의 효과가 더해져 손실 규모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 재고 손실은 3,014억원이며, 현 유가가 유지된다면 3분기에는 1,900억원 수준의 재고 이익이 추정된다"고 말했다.

매출은 뚝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휘발유, 항공유 등 운송용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5월 중순부터 한달 반 가량 정기보수를 실시하며 생산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매출액은 2011년 회사 출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전년 동기 13조226억원 대비 44.7% 줄어들었고,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직전 분기(11조1,630억원)와 비교해도 35.5% 감소했다.

배터리 사업은 신규 가동한 해외 공장들이 조기 안정화하며 판매량이 늘었다. 하지만 공장 증설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영업손실은 전 분기보다 89억원 늘어난 1,138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부터 헝가리 제1공장과 중국 창저우 공장을 가동하는 증 글로벌 주요 전략 지역에 생산설비를 확보했다"며 "현재 증설 중인 유럽 제2공장, 미국 제 1, 2 공장이 완료되면 현재 약 20GWh 수준이 연간 생산능력이 2023년 71GWh로 늘어날 예정이며, 2025년까지 연산 10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생산량 조정에 따라 매출 목표는 2조원 수준에서 10% 내외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대기아차 배터리 공급과 관련 "지난해 체결한 E-GMP 프로젝트 물량은 올 4분기부터 양산해 공급할 예정"이라며 "약속된 OEM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중이며, 선수주 후증설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측은 배터리 부문의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을 내년말이나 내후년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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