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로 예고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제사회의 화성 탐사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국이 각각 보낸 ‘아말’과 ‘톈원(天問) 1호’에 이어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 화성탐사선이다. 같은 달, 동일한 목적지로 출발했지만 아말과 톈원, 퍼시비어런스의 미션은 다르다. 이들 화성탐사선이 짊어진 임무엔 우주경쟁 시대를 겨냥한 각국의 서로 다른 속내가 담겨 있어서다.
먼저 우주로 향한 UAE의 아말이 할 일은 세계 첫 화성 ‘기후지도’ 제작이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개발돼온 지금까지의 화성탐사선은 대부분 화성의 지표면을 관측했다. 그러나 아말은 대기 관측이 주된 목적이다. 화성 대기는 태양풍의 영향으로 많이 날아간 탓에 희박하다. 아말은 대기 관측용 탑재체를 싣고 접근, 화성에 과연 대기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UAE는 사실 우주개발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로 평가 받진 않는다. 아말 본체와 탑재체 모두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UAE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우주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주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고 보고 있다. 기기 제작이나 부품 개발은 경험 많은 나라에 맡기고, 자신들은 새로운 임무를 발굴하면서 이를 완수하기 위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확보하기 어렵고 오래 걸리는 하드웨어 기술을 후발주자로 쫓아가기보다 ‘큰 틀의 설계자’ 역할로 빠른 시간 안에 우주개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지난해 달 뒷면에 탐사선(창어 4호)을 내려 보내는 데 처음 성공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보이지 않아 탐사선과 교신하는 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달 뒷면 착륙은 화성 착륙을 위한 전초전이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짐작하고 있다. 1960~2018년 인류는 화성에 탐사선을 40번 보냈다. 그 중 착륙을 시도했던 건 19번이다. 미국이 8번 시도해 7번, 러시아가 8번 중 단 한번 성공했다. 러시아 착륙선은 그러나 20초간 통신하는 데 그쳤고, 나머지 유럽 착륙선들은 모두 실패했다. 그만큼 착륙 기술에선 미국이 독보적이다.
톈원은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 화성 표면에 내려가는 착륙선과 로버(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탐사로봇)로 구성됐다. 화성 착륙에 보란 듯이 성공해 미국의 독무대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화성 착륙 성공의 관건은 달에는 없는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느냐다. 수많은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시간차를 둔 채 통제해야 하는 약 8분간의 화성 대기권 통과는 ‘마의 8분’이라고 불릴 만큼 기술적으로 어렵다. 화성은 달보다 한참 멀기 때문에 전파도 왕복 14분이 걸려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하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미국은 퍼시비어런스에 화성의 흙을 담을 용기와 산소교환 장치를 실어 보낸다. 화성 흙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고, 화성 대기의 주요 성분인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퍼시비어런스의 이 임무는 ‘큰 그림’의 시작이다. 미국은 2026년 유럽과 함께 착륙선과 로버를 화성으로 보내 퍼시비어런스가 채취한 흙을 특수 상자에 옮겨 담고 2029년 이를 화성 궤도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그러면 유럽이 미리 화성 궤도에 대기시켜 놓은 지구 귀환 궤도선이 상자를 수거해 2032년 미국으로 가져오는 계획이다. 12년에 걸쳐 화성에서 지구로의 ‘무인택배’를 시도하는 셈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성 흙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낸다면 과학은 물론 종교, 철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생명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