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에 직접 피해 당사자와의 화해를 모색하라고 제언했다. 한일 정부에는 더 이상 양국 관계가 악화돼선 안 된다며 민간 수준의 화해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도쿄신문은 24일 '징용공(강제징용) 문제, 당사자 간 화해 모색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8월 4일 이후 한국 내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이 가능해진다. 현실이 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다음달 4일 이후 국내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통한 배상이 가능해진다.
신문은 "현금화(자산 강제 매각)가 실행되면 일본 정부는 보복을 예고했고,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이 미치는 것은 틀림없다"며 "피고 기업의 이미지 저하도 피할 수 없고 피해자의 구제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의 보복 차원에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항했고, 양국 간 대립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까지 확산돼 양국 국민 감정도 악화됐다"며 "이제 정부 수준에서의 타개책을 바라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기업과 강제징용 피해자 당사자 간 화해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신문은 "중요한 건 징용과 관련해 일본 재판부에서도 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한 점"이라며 "(재판부는) 사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당사자 간 화해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본 기업과 강제징용 중국인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한 선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것을(과거 중국 문제 해결을) 참고로 피고 기업이 참가하는 기금이나 재단을 만들어 피해자와 화해를 모색하는 민간 수준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심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양국이 겪고 있는 악재들을 언급하며 "지금은 이웃 나라로서 손을 잡아야 한다. 양국 정부는 화해 움직임에 이해를 표명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