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부자바주(州) 프칼롱안에 사는 나낭씨는 지역 사회봉사단원이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처리한다. 4월 24일 심하게 훼손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청소년의 시신을 주민이 발견했을 때도 직접 나서 시신을 씻겨주고 기도해준 뒤 묻었다. 그는 거리에 사는 불쌍한 아이가 사고로 숨진 것으로 여겼다. 보통 신원미상 시신은 대나무 묘비를 세우지만 나낭씨는 사비로 비석을 사서 무덤 앞에 놓았다. 부모가 아이를 찾으면 아이 이름이라도 적게 할 생각이었다.
나낭씨에겐 15세 아들이 있다. 4월 18일 갑자기 사라진 뒤 최근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함께 나갔던 A(17)군이 아들이 먼저 떠났다는 지역을 알려줘 찾아갔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은 가출할 아이가 아니다"라며 "낮부터 밤까지 매일 아들을 찾으러 다니고 주민들에게도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온라인에서 A군이 16일 친구 한 명을 살해한 용의자로 잡혔다는 기사를 봤다.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간 나낭씨는 자신이 석 달 전 묻어준 시신을 살해한 범인도 A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A군은 그 시신이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나낭씨 아들임을 염두에 두고 A군이 저지른 2건의 살인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낭씨는 "그 시신이 내 아들이 맞다"고 절규했다. 그는 "구더기로 뒤덮이고 (무언가로 맞은 듯) 얼굴이 함몰돼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봤을 때 그저 내 아이랑 키와 피부색이 비슷하구나 정도만 잠깐 떠올랐지 차마 내 아들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숨진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과 실종된 아들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시신을 특별히 대하고, 비석을 사고, 계속 찾아가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A군이 붙잡힌 뒤 나낭씨는 가족을 데리고 가 정식으로 아들을 추모했다. 아들의 친구들도 찾아와 헌화했다. 현지매체 콤파스가 23일 부자의 기구한 운명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