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사무실이야?"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의 이유있는 변신

입력
2020.07.22 09:00
북카페, 미니 공연장 ... 독특한 콘셉트로 운영
권위 의식 내려놓고, 지역 주민 발길 이어지고


회기 중 주로 국회에 상주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지역사무소'는 또 하나의 '정치적 거점'이다. 지역 주민의 민원이 한데 모이는 곳으로 다음 선거를 위한 전초기지다. 하지만 그간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소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우선 떠올라 소위 지역 유지라는 사람들만 주로 출입했다.

지역사무소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지역사무소 곳곳에 스며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콘셉트로 탈바꿈하는 곳이 늘어나면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래통합당 강남 지역 의원들이다. '강남스타일'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사무소를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당의 취약 지점인 청년과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먼저 박진(서울 강남을) 통합당 의원은 최근 지역사무소를 북카페 형태로 단장하며 '박진 북카페(cafe)'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대개 '국회의원 ○○○'라는 간판만 무미건조하게 붙어있는 일반적인 지역사무소와 다른 모습이다. 원목으로 꾸며진 벽면에는 경제, 인문, 여행기 등 갖가지 책이 진열돼 있고 독서를 위한 대형 책상도 놓여 있다. 의원과 직원들의 별도 사무실 공간도 없애고, 대신 벽면에 스크린을 설치해 동영상을 상영한다. 박 의원은 "개방과 소통, 공유라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반영해 지역 주민들, 특히 청년과 여성들이 마음껏 들러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태영호(서울 강남갑) 통합당 의원은 지난 4일 지역사무소 개소식에서 외국 노래 '에델바이스'를 열창했다. 사무소 한 쪽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몫이었다. 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노래를 함께 하는 즐거운 콘셉트를 계획했다"며 "곧 기타를 가져와 밴드 합주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콘셉트가 바뀌니 자연스레 주민들의 왕래도 더 잦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문을 연 김웅(서울 송파갑) 통합당 의원 사무실엔 종종 지역 청년들이 노트북을 펴고 공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조 잔디가 깔린 한쪽 공간엔 캠핑 의자가 놓여있고, 레코드판 턴테이블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얼핏보면 카페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김 의원은 "보통 국회의원 사무소는 '들어가도 되는 곳일까'하는 딱딱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청년이나 지역 주민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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