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여권의 혼선이 일주일 만에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그린벨트는 보존한다”고 정리하면서다. 그린벨트 해제론은 ‘없던 일’이 됐지만,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저마다 쏟아 낸 발언들이 부동산 시장을 들쑤신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는 메시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주례회동 직후 나왔다. 총리실은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국가(군) 소유인 태릉골프장을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대안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양한 국ㆍ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ㆍ확보한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정부가 발표한 7ㆍ10 부동산 대책엔 그린벨트 해제 관련 내용이 일절 없었다. 문 대통령이 이달 2일 "발굴해서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했지만, 그린벨트는 불가침의 대상이었다. "필요하다면 해제가 가능하다"는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그린벨트 해제론을 갑자기 소환했다.
여당이 그 불씨를 이어 받았다. 15일 비공개 당정협의 직후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을 범정부적으로 논의한다”고 말했다. 17일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이 의견을 정리했고,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한 발 더 나갔다.
3연타로 나온 그린벨트 해제 목소리가 당정청의 일관된 기류는 아니었다. 정세균 총리는 '그린벨트를 푸는 건 후손에게 죄 짓는 일'이라는 소신을 여러 경로로 밝혔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반대론을 고수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해제 반대에 기울어 있었다. 부동산 정책을 틀어 쥔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느라 여권의 의견 정리가 지연된 게 문제였다.
이에 정 총리가 17일 나섰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과 김현미 장관을 불러 "부처 사이에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해제 불가'로 정부 입장을 사실상 정리했다. 이어 19일 비공개로 연달아 열린 청와대ㆍ정부의 경제상황점검회의와 당정청협의회에서 '그린벨트는 노 터치'라는 방침이 최종 확정됐다.
이날 정 총리는 KBS 인터뷰에서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된다”고 못박았다. 20일 민주당에서 “해제를 논의해보잔 얘기가 있었지만,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고용진 국회 기재위 간사) “그린벨트에 손대는 건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이낙연 의원) 등 신중론이 뒤늦게 나온 배경이다.
한편 태릉골프장에 대한 당정의 강경 입장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반대했던 국방부도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는 이날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과 관련해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