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방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의료계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6일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첩약 범대위)를 구성하고 앞으로 첩약 급여화가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첩약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에 대해 공식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한의학에서 처방하는 약인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지난 6월부터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건정심 소위원회가 개최됐고 현재는 7월말 건정심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범사업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해서 첩약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이날도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의협과 병협, 약사회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환자마다 성분이 조금씩 달리 처방되는 첩약의 특성상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약들에만 쓰기에도 부족한 건강보험 재원을 첩약에까지 나눠줄 근거가 없다는 주장다. 예컨대 뇌졸중 후유증에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의 약도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서 건강보험 혜택이 줄어드는데 유효성 검증이 안 된 첩약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지난 15일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시범사업이 시범사업으로 끝난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본격적으로 한방첩약이 급여화되는 것"이라면서 "그 자체로 과학에 대한 부정이며 비용효과성 검토 등 급여화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이 한방에도 지출되기에 환자에게 필요한 시술과 의약품 사용에 대한 제한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