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금값, 증시와 이례적 동반 랠리… "온스당 3000달러" 전망도

입력
2020.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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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금값이 최근 이례적으로 글로벌 증시와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 효과에 더해 미래의 인플레이션 전망까지 금값을 자극하는 분위기다. 역대급 ‘골드러시’ 열풍을 타고 내년에는 금값이 사상 최고인 온스당 3,000달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값, 연초 대비 18% 급등

15일 KRX(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g당 금 현물 가격은 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은 전날과 같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1온스(31.1g)당 1,810.60달러로 역대 최고가였던 2011년 9월(1,911.6달러) 기록에 근접했다. 국제 금값은 지난해 말 1,535.10달러에서 18%나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수익률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 설정된 12개 금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21%에 달한다. 작년말 금 관련 상품에 투자했다면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수익을 낸 셈이다. 최근 1개월, 3개월 수익률도 6.65%, 13.06%를 나타내고 있다.

유동성 효과에 화폐가치 하락 전망 겹쳐

금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마다 몸값을 높여온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상 위험자산과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엔 글로벌 증시가 활황세인 가운데도, 금값이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와 금값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전례 없는 양적완화(QE)에 나서는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선데다 초저금리까지 이어져 갈 곳 잃은 돈이 증시로 흐른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한편으로는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 투자까지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증시 냉각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실질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견인하는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금이 인플레이션을 헷징(회피)하는 역할을 한다”며 “향후 증시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 때는 안전자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가 점차 약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에 금으로 투자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전 세계가 달러 사재기에 나섰던 지난 3월 103선까지 올랐던 달러인덱스는 14일(현지시간) 96까지 떨어졌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금이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치 하락은 금 가격의 상대적 매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당분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의 몸값이 더욱 오르면서 2011년 기록한 전고점(1,920달러)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1,800달러였던 금값 전망치를 2,000달러로 높였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중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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