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도 좋지만 사람 몰리는 게 꺼려지는 시절이다. 시린 바다 품은 섬 길은 어떨까. 비교적 한적하게 바닷바람 쐬기 좋은 섬 속의 걷기길을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7월의 여행길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배편과 선착장 위치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울릉도의 수려한 원시림과 기암괴석, 짙푸른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길이다. 화산섬 울릉도의 특징을 보여주는 암석과 지형마다 지질 상식을 담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절벽에 움푹 파인 해식동굴은 특별한 볼거리다. 철썩거리는 바닷물이 동굴 안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절벽이 끝나고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행남등대가 세워져 있다. 등대 뒤로 돌아가면 저동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촛대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이어져 있지만, 일부 구간(행남등대~저동항)이 낙석으로 폐쇄된 상태다. 복구 공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행남등대를 반환점으로 도동항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 입장이 통제된다. 왕복 2.6km로 1시간3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된다.
볼음도는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뱃길로 1시간 걸리는 섬이다. 아차도ㆍ주문도ㆍ말도와 함께 강화군의 가장 서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160세대 270여 주민이 살고 있다. 볼음도길은 볼음도 선착장을 시작으로 조갯골, 갯논뜰을 지나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13.6km 코스로 약 5시간이 걸린다.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돼 있고 리본이 길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초행이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숲이 우거진 산길에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저수지와 바다 사이 둑길에 있는 800년 된 서도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와 이름처럼 조개가 많이 나는 조개골해수욕장은 볼음도의 자랑이다. 해수욕장 근처 민박집을 통해 예약하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환상적인 노을도 볼음도에서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첫 배를 타고 들어가 두 번째 배를 타고 나오면 매물도에서 약 4시간 머물 수 있다. 매물도를 반 바퀴 돌아오는 해품길(5.2km)을 여유 있게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백패킹 여행자라면 폐교 운동장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다. 폐교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대항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쉽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만개한 수국과 멋진 바다 풍경이 방문객을 맞는다. 한참을 더 걸으면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대부분 이곳 원두막에서 한참 동안 쉬어 간다. 해발 250m 장군봉 구간은 다소 힘들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은 언제나 상쾌하다. 길 곳곳에 쉴 곳이 많고, 어디나 ‘인생사진’ 포인트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지역 방언이다. 비렁길은 금오도 서쪽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다. 1코스는 함구미항부터 두포마을까지 절벽 끄트머리를 파고들며 약 5km 이어진다. 그늘진 숲도 여러 차례 드나든다. 숲을 통과해 마주하는 벼랑 끝 전망대에서는 가슴이 뻥 뚫린다. 고려의 승려 보조국사가 세웠다는 송광사 절터도 있고, 도서 지역의 토속 장례 방식인 초분(草墳)의 흔적도 볼 수 있다. 금오도는 해풍 맞은 방풍나물로 유명하다. 길 중간에 방풍나물 요리를 내는 식당이 있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함구미항까지 여객선이 하루 3회(1시간30분 소요) 운항한다.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하루 7회 운항하는 여객선(20분 소요)을 타면 금오도 여천여객선터미널에 닿는다. 이곳에서 함구미항까지는 마을버스로 이동한다.
거문도는 고도ㆍ서도ㆍ동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2시간가량 걸리는 곳이어서 휴가철에도 비교적 한산하다. 낚시꾼들에게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물빛이 투명하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섬이지만 걷기길이 많아 단체 등산객도 즐겨 찾는다. ‘거문도 등대길’은 그중에서도 풍광이 가장 빼어난 길이다. 고도 어촌마을부터 시작해 삼호교, 수월산, 거문도등대로 이어지는 2.2km 코스로, 그늘이 많아 여름철에 걸어도 부담이 없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높이 6.4m 거문도 등대가 우뚝 세워져 있다.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년에 한 번씩 발송하는 달팽이 우체통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