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정부 지원을 긴박하게 요구하는 저소득 계층을 방치하면 사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리 현실에 맞게 기본소득 제도를 수정해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니어(NEAR)재단이 주최한 ‘기본소득 및 주거ㆍ부동산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최근 논의되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시장주의자들이 장차 시장을 어떻게 유지ㆍ발전시키느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얘기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제가 재원 등 현실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면밀히 논의해 반영할 정책방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양극화가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소득 분배 상황을 보면 1990년대 ‘IMF 사태’ 이후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또 한 차례 양극화가 극대화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분배 편향이 확대돼 사회문제가 되면 시장경제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기본소득을 맹목적으로 좋아서 도입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낭만적 사고에 사로잡혀 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라며 “최근 (기본소득과 유사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아 본 게 처음’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현실과 확보 가능한 재원 수준에 맞춰 저소득층에 최소한의 생계보장비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기본소득제를 수정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원 확보가 되지 않는 이상 어느 복지제도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저소득층의 생활에 도움이 될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의 다른 주제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상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부동산 투기가 가능한 이들은 세금을 아무리 부과해도 대응할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부동산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가면 부동산 시세만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상승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확대 공급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통화량이 팽창하고 있었지만, 최근 초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있고 막대한 자금 방출이 나오고 있다"며 "돈 가진 사람들의 심리는 실물 투자가 자기 자산 보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 부동산 투자를 막을 수 없고, 이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근본적으로 시장을 개편하는 길밖에 없다면서 “1970년대부터 내려온 아파트 선분양제도를 없애 상품처럼 완제품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로 전환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실시하는 청년 모기지 제도를 실시해 장기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