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별세한 백선엽 장군의 장례와 장지를 둘러싼 논란이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보수 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홀대 주장을 쏟아내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연일 국장(國葬), 서울현충원 안장 주장을 멈추지 않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장지 논란을 두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나라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현 육군장의 국장이나 사회장 격상과 대통령 조문을 요청했다.
격동이던 우리 현대사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백 장군이 논란에 휩싸일 만한 일생을 살아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6ㆍ25 전쟁 당시 제1사단장을 맡아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고 평양 진격에 앞장섰던 그가 전쟁 영웅인 것은 틀림없다. 이후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등을 지내며 국군의 초석을 다진 공로도 크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간도특설대에서 일제를 위해 싸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 명단에 오른 것은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일생은 공과 과를 따지자면 영웅으로만 치켜세울 수도, 일방으로 폄훼할 수도 없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일 경우 장례는 결국 법과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국장이나 이에 준하는 국민장은 '대통령직에 있었던 사람 또는 국민, 사회에 현저한 업적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사람'에 해당한다. 비난도 적지 않은 백 장군의 경우 '국민의 추앙'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국립묘지법에 따라 현충원 안장이 가능한 상황이니 이에 반대하는 것도 지나치다.
다만 서울현충원의 경우 물리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전현충원으로 결정됐을 뿐이니 이를 두고 홀대라 하기 어렵다. 고인도 유족도 이 원칙에 동의했는 데 정치권이 나서서 엄숙한 추모의 시간을 다툼의 수라장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