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만한 남사친” “역시 펜스룰”… 2차 피해 확산 우려

입력
2020.07.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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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인 고소인의 신상을 캐내거나 피해자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는 등 심각한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 

12일 여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추행 누명을 써서 고생했다'거나 '펜스룰을 지지한다'는 등의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모두 박원순 시장의 가해 행위보다는 고소인의 고소 경위에 의혹을 제기하며 범죄 행위를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내용이다. 

이날 오전 방송인 김어준씨가 만든 딴지일보 게시판엔 '성추행 관련해선 한쪽 당사자 말만 들어서는 확실하지 않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언론과 야당의 위협에 놓여 있는 박 시장님 같은 분에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모든 게 증폭될 수 있으니 이를 원천 차단하려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러자 '무고 미투로 피해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박 시장의 고소인이 비서였던 점을 꼽아 아예 '여성 비서를 고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굳이 여비서 쓸 필요도 없는데 아예 말 나올 일 없게 이참에 남비서로 다 바꿨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잘못될 수 있으니 직속 비서로는 남자를 쓰는 게 더 낫겠구나 싶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이미 온라인에선 고소인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이미 박 시장을 고소한 여성이라며 근거없는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공유되기도 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보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이후  "남사친은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라고 해명했지만, 온라인에선 "어떤 서민도 자신을 성추행하는 벗을 바라지 않는다"는 반박 댓글이 줄이었다.

전문가들은 어떤 행위도 2차 가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민주진영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본인들이 비판했던 일베 등 남성중심문화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2차 가해를 막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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