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여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정의당에서는 조문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예 “조문 불가”를 공식 입장으로 밝힌 의원들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장 의원은 “어렵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이에 대한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례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했다.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도 이날 논평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벌써부터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비난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한다”며 “수많은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이유 중에 큰 부분이 2차 피해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또 “살아서 해명하고 해결하지 않고 죽음으로 답을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이제 남아 있는 우리 모두가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더욱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의당은 피해 호소인이 일상을 살아 갈 수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은 전한다”면서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썼다. 그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피해호소인을 향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류 의원은 또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