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 까지만 해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정을 소화하며 분주하게 보냈다.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실되기 전날인 8일에도 예정된 일정을 적극 진행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마련한 구체적 대책인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을 직접 발표했다. 박 시장은 평소 이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공들여 마련한 정책이라 언론에 브리핑하는 동안 자신감 있게 발표했다. 어조나 표정, 태도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박 시장은 같은 날 오후에는 10일로 예정된 지하철 9호선 2~3단계(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파업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서울시 관계자는 “오후 4시 30분쯤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이 참석해 파업 관련 보고를 받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실종 당일인 9일에는 돌연 "몸이 좋지 않다"며 출근하지 않았고, 일정도 취소했다. 평소 박 시장의 왕성한 업무 스타일로 볼 때 이례적인 일이란 의견이 많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44분쯤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에서 나와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외출 당시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메고 있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외출하기 직전인 오전 10시 40분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박 시장은 원래 이날 오후 4시 40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은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는 성북구 모처에서 마지막으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연락두절 사실은 그의 딸이 9일 오후 5시 17분쯤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함에 따라 알려졌다.
박 시장이 왜 갑자기 사라진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는지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선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8일 밤 전직 비서로부터 경찰에 성추행 고소를 당한 것과의 관련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이날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8일 밤 서를 방문해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그리고 연락 두절과 관련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