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의 못말리는 ‘닭한마리’ 사랑… 대사관저로 요리사 초청까지

입력
2020.07.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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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때마다 광화문 '단골 식당' 찾아 
"어릴 적 먹던 치킨 수프 맛 떠올라"



한반도 현안 논의를 위해 7일 입국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한국 요리 '닭한마리' 사랑은 여전하다.

2박 3일의 빡빡한 방한 일정이지만, 비건 대표는 이번에도 닭한마리 메뉴를 빼놓지 않았다. 9일 낮 서울 미국대사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등과 닭한마리 메뉴로 오찬을 즐길 것이라고 한다. 비건 부장관의 단골 식당은 서울 광화문에 있다. 상호가 '닭한마리'인 식당으로, 즉석에서 끓여 내는 닭백숙이 주요 메뉴다. 비건 대표는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식당 요리사를 미대사관저로 초청했다고 한다. '코로나에도 닭한마리는 꼭 먹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비건 대표의 광화문 닭한마리 식당 방문은 확인된 것만 네 차례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에서 2박 3일간 지내고  돌아오자마자 심야에 식당을 찾았다.  당시 비건 대표가 국자를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해 5월과, 8월, 12월에도 같은 식당을 찾아 식사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비건 대표는 닭한마리 요리를 직접 하기도 한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5월 트위터에 비건 대표가 닭한마리와 호박전 등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영상을 공개해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앞치마를 두른 비건 대표가 커다란 냄비에 닭, 마늘, 감자 등을 넣고  닭백숙을 만든다. 후라이팬을 한 손으로 잡고 호박전도 능숙하게 뒤집는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비건 부장관이 미국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아내를 위해 닭한마리(호박전, 만두에 소주도 한잔!)를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쁘다"며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신 서울에 있는 그의 단골 닭한마리 식당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한국 요리 중에 비건 대표가 닭한마리에 꽂힌 이유는 뭘까. 닭한마리는 맑은 육수에 닭과 각종  채소, 떡 등을 넣고 끓여 먹는 음식이다. 폴란드계인 그는 이를  어릴 적 할머니나 어머니가 끓여 주던 치킨 수프와 가장 비슷한 맛으로 여겨 좋아한다고 전해진다. 세련된 맛 보다 '집밥'의 느낌이 강해서다.

닭한마리 식당은 비건 대표가 아닌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의 단골 가게였다는 전언도 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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