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HO 탈퇴 美 겨냥 “대가 치를 것”… 아랍ㆍ아프리카 협력으로 차별성 부각

입력
2020.07.08 12:00
미국이 세계화 교란, 자국이익에 탐닉해 공조 차단
전문가 "트럼프의 식견 부족"... 제 발등 찍을 것 경고
시진핑ㆍ펑리위안 '코로나 시대 공감대' 확보 주력


미국의 일방적인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통보에 맞서 중국은 역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과시하며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오로지 패권만을 추구하려는 미국의 오만 때문에 전 세계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국ㆍ아랍 협력포럼 각료회의에 축하서신을 보내 “상호지원은 긴밀한 유대와 협력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양측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왔다”면서 “앞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아랍 국가들을 향해 ‘공동의 미래’, ‘동반자’ 등 미 관료들의 발언에서는 보기 어려운 표현을 늘어놓으며 중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랍에 진단키트 100만개, 마스크 1,300만개를 지원했고 8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아프리카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는 ‘아프리카 퍼스트레이디 개발기구’에 편지를 보내 “코로나19 발병 초기의 소중한 지원에 감사하다”며 “중국은 53개 아프리카국가의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전염병 에방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이 등한시하는 제3세계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한편, 미국을 향해서는 비난을 퍼부으며 날을 세웠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국가간 협력을 파괴하고 전 세계를 강대국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탐닉하는 워싱턴의 야망으로 인해 세계화가 교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은 대통령 선거만을 염두에 두고 국제공조를 차단하고 있다”면서 “결국 전 세계가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제 발등 찍기’라는 전망도 나왔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재선 가능성이 낮아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항아리를 깨려는 격”이라며 “미 정부가 전염병 대응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비쳐져 미국 내 감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과학자는 “WHO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달리 미국이 역사상 최소의 돈으로 거둔 가장 성공적인 투자”라며 “이를 걷어찬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 부족과 왜곡된 가치관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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