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그룹 전체 구조조정으로 확장된 3월부터 매물로 거론됐던 두산솔루스 매각이 공식화되면서다. 최근 두산중공업 소유의 골프장이 예상가를 웃돈 가격에 협상 중인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총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중 연내 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경영정상화 구상에도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7일 국내 중견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트스먼트와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8일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박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44.74%와 (주)두산의 16.78% 등 지분 61.52%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와 3월 협상 당시에는 지분 51%에 대해 스카이레이크 측은 6,000억원, 두산그룹은 8,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가격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재협상에선 매각 지분을 높이고, 매각가를 7,000억원 중반대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은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을 공식화 한 것으로, 향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 등이 진행되야 매각가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를 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전략적 투자자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헝가리 전지박 공장 현장 실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수합병(M&A)보다 실탄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카이레이크와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두산솔루스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박 회장이 지난달 "두산중공업이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내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선 지난달 말 모아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각을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 소유의 클럽모우 CC 골프장의 매각가는 1,850억원대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두산솔루스 매각가를 감안하면, 양도세와 담보대출 상환금 등을 제외하고도 약 7,000억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두산중공업의 희망퇴직, 휴업, 두산그룹 전 계열사 임원의 급여 반납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로 약 2,000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두산타워 매각이 성사될 경우엔 약 4,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두산그룹은 1조원대 실탄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에선 이 외에도 (주)두산의 모트롤BG의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며,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메카텍, 두산건설 등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클럽모우CC,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매각이 모두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3년 내에 2조원 가량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자산들을 우선적으로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동적인 기업들의 M&A 행보 역시 걸림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자산 외에 매각 검토 중인 매물들에 대해 시장이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두산중공업 자회사들이 꾸준히 매물로 거론되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3년간 3조원을 마련하는 자구안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