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합법화, 소방공무원 노조 출범 가능해질까

입력
2020.07.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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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3개 비준안 7일 국무회의 의결 
경영계 "노사관계 균형 깨져"... "비준 추진 시기 부적절"
정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올해 안에 비준 노력"


정부가 노동조합의 가입과 활동의 제약을 보다 완화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다시 추진한다. 이는 한국이 ILO에 가입한 1991년 이후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숙원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영계는 관련 법 개정안이 노조의 영향력만 지나치게 강화시킨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ILO 핵심협약인 29호(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비준안)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비준안)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비준안)를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ILO 핵심협약이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 규범으로, 전체 190개 협약 중 8개가 이에 해당된다. 정부는 아직 비준이 안 된 4개 협약 중 국가보안법, 국내 형벌 체계와 상충하는 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협약 비준을 21대 국회에서 추진한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ILO에 가입한 187개 국가 중 약 80%가 8개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당시부터 최근까지 국제사회에 비준을 약속해 왔다"며 "한국의 국격과 직결된 문제이자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라고 설명했다.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전반적으로 노조의 가입과 활동이 기존보다 자유로워지고 활발해진다. 앞서 정부는 ILO협약 비준을 위해 협약과 상충하는 내용이 담긴 국내 '노조 3법(노조법ㆍ공무원노조법ㆍ교원노조법)'을 수정하고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자ㆍ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ㆍ활동할 수 있고, 5급 이상도 공무원노조에 가입이 가능(현재는 6급 이하만 가능)하다. 특정직 공무원 중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된다. 특히 이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노조'가 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단결권을 보편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정부가 그간 보수적으로 접근해 온 '특수고용직 노조'는 물론이고 '학생 노조' 등 전통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노조가 탄생할 수 있다"며 "(2018년 기준 11.8%인) 노조 조직률이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영계는 개정된 노조 3법으로 노조의 힘이 막강해진다며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거대 여당으로 구성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사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해 제도 보완을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노동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의 큰 틀에 찬성하면서도, 관련법 개정안에 경영계 요구가 반영됐다며 반발하고 있는 점도 향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에는 현행 최장 2년인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고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 행위를 금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경영계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노동권을 일부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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