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추락으로 고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플로리다 악재’까지 불거졌다. 플로리다주(州)는 미국에서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주)’로 꼽히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이 폭증하면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위기감은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공화당은 트럼프 재선의 중추 역할을 할 플로리다에서 ‘좋지 않은’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선거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에 감염병 악재마저 돌출하면서 상황이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징후가 뚜렷한 미국에서도 플로리다는 확산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에도 하루 1만1,45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때문에 플로리다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이에 따른 경제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돌아설 것으로 공화당원들은 우려고 있다.
공화당의 걱정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분열된’ 주로 평가 받는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이 대거 몰려 있어 인종 구성이 다양하다. 또 퇴직자 비율이 월등히 높고 젊은 유권자 집단도 많다. 한 마디로 표심을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은 이처럼 크지만 미 대선 역사에서 플로리다가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절대 상대에게 넘겨 줄 수 없는 지역이다. 지난 14번의 대선 중 13차례나 플로리다의 승자가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당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만큼 ‘플로리다 패배=대선 필패’란 공식이 미 정치권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4년 전 트럼프도 플로리다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공화당 전략가인 포드 오코넬은 “(플로리다가) 가장 중요한 경합주인 까닭은 트럼프가 지면 끝이기 때문”이라며 “이기고 싶다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공화당의 불안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조사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플로리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5%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많은 미국민이 트럼프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책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에 반발하면서 지지율도 급격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공화당 인사들도 공개적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카를로스 쿠르벨로 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초반보다 지금 훨씬 약한 정치적 위치에 있다”면서 “상황이 암울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코넬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과 사회 불안이 대통령의 여론조사 수치를 크게 해쳤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