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등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꾀하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북측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겠지만,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대화를 거부하는 무력시위로 제재 해제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 얼마나 통할 것으로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는 등의 담화 표현을 보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드러난다. 2018년부터 북미 협상 실무를 총괄했던 최 제1부상이 비건 부장관의 7~9일 방한을 앞두고 압박성 메시지를 공개한 것이다.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대선용 이벤트'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를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북측의 강경한 반응은 기선 제압용일 뿐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 역시 현실을 직시하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군사행동으로 나아가면 한미 양국도 강경한 대응을 하게 되고,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대선에 얽매인 트럼프 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크지 않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미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만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의 문을 걸어잠그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