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최숙현 가혹행위 의혹 감독 직무정지

입력
2020.07.02 16:39
경주시체육회, 2일 오후 결정
추가 조사 결과 따라 계약해지 등 조치


감독과 팀 닥터의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출신 최숙현(22) 선수 사건과 관련, 경주시체육회가 당시 폭행 당사자인 경주시청 직장운동부 감독을 직무정지했다. 시체육회는 이날 오후 2시 7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인사위는 회장과 경주시 담당국장과 과장, 시의원, 외부인사 2명, 경주시체육회 사무국장 7명이다.

경주시체육회는 이날 인사위에 3년 전 최 선수 폭행사건 당시 경주시트라이애슬론 감독 A(41)씨를 불러 2시간 가까이 당시 상황에 대한 소명을 들은 뒤 오후 4시10분쯤 "검찰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를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향후 대한체육회 조사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계약해지 등 후속조치를 하고,  폭행에 가담한 팀 닥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후 고발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경주시체육회는 A감독이 3년 전 외부 팀닥터와 함께 최 선수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했다는 녹취록이 1일 공개됨에 따라 이날 긴급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고인이 된 최 선수가 현재 부산시청 소속인데다 폭행 사건은 별건으로 3년 전쯤 발생한 사건"이라며 "유족의 고소로 사건이 대구지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사건 발생 시점이 최 선수가 경주시청 선수시절에 일어난 일인 만큼 (이번 직무정지 조치와 무관하게)한줌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남녀  5명씩 11명으로 구성됐다.

최숙현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선수들 사이에서도 월등한 기량을 발휘하면서 2015년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개인적인 일로 선수생활을 일시 중단했다가 올해 초 부산시청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새벽 부산시청 소속 선수 숙소에서 자신을 괴롭혀 왔던 전 직장 운동부 감독 등에 대한 죄를 밝혀달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감독과 팀닥터가 음주까지 해가면서 최 선수를 폭행하고 괴롭힌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이 유가족으로부터 공개되면서 지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최숙현 선수의 지인이라고 밝힌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 선수의)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역의 한 체육 관계자는 "두 번 다시 체육계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폭행에 가담했던 모든 사람들을 엄하게 처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성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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