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1년... 장애인의 삶은 변한 게 없다"

입력
2020.07.01 17:45
전국 장애인 1,000여명, 서울 도심서 대규모 행진
"文 대통령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 가짜였다"


장애인 단체가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는 여전히 보장 받고 있지 못하다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였다"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조달청 앞 도로에서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1년 규탄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해 7월 1일부로 재편된 부양의무자 등 체계가 오히려 장애인 권리 보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19.52%가 새롭게 도입된 체계에서 오히려 급여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단계적 폐지로 바뀌면서 되레 장애인 가족들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장연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약 계층인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3차 추경을 통해 1,749억원의 예산을 투입 후 2만3,224개의 단기일자리 창출 사업을 계획했으나 이중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고용하는 사업은 없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미국에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의미로 추모를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장애를 가졌다고 죽어야 하는 잘못된 사회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및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1,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든 장애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까지 행진한 뒤 1박2일 철야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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