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진영을 옮겨 다닌 외부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 달 취임 이후 보수 진영의 따가운 시선을 견뎠는데, 이제는 여권의 공격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파괴력'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여야의 원구성 협상 결렬 책임을 김 위원장에 돌렸다. 김 위원장의 '대권 욕심'도 자꾸 거론한다. 일종의 '이간질 전략'이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황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여야 협상에 강력하게 개입했지 않았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 협상 전권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 있는데, 김 위원장이 월권을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이 최근 대권주자로 백종원씨를 거론했을 때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대선주자를 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김종인 흔들기'는 다분히 전략적이다. 노회한 정치 9단인 김 위원장은 위협적 존재다. 그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불린 기본소득 의제를 선점하며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김종인 효과'로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율이 꿈틀대는 게 사실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 여론조사(지난달 15~19일 실시)에서 중도층의 통합당 지지율은 31.5%였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전인 5월 25~29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24.5%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1대 총선 참패를 거치며 통합당엔 지도자급 인사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김 위원장은 현재 유일무이한 실력자다. 민주당의 공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통합당 의원들에게 민주당의 비판 내용을 전해 듣고 "그 사람들, 원래 그래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