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노노갈등 커지는데... 눈치 보는 노총, 손 놓은 정부

입력
2020.06.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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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정규직화 옳은 방향" 원론적 입장만
"정부 인건비 절감 정책 탓 노노갈등" 비판도




노사정 협의체가 3년을 이어 온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아르바이트로 들어왔다가 연봉 5,000만원 정규직됐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비화됐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공사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며 대국민 서명운동 등 대응에 나선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로또 취업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등 정치 쟁점화를 이끌고 있으나 뚜렷한 수습책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인국공 사태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배경과 관련해 인천공항공사 내 여러 노조간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으며, 갈등 관계를 노총이나 정부가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어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을과 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음에도 관리 주체가 갈등 해소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대립 구도 속에 두 노조의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옳은 방향'이라는 원론적인 방침 외에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국노총 산하에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인 보안검색노조, 협의 과정에서 보안검색노조에서 갈라진 보안검색운영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5개의 노조가 소속돼 있다.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양쪽의 이해 차이가 조금만 있어도 다투게 되는 상황을 한국노총도 잘 파악하고 있고, 갈등을 줄여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한국노총 입장에서도 '넌 맞고 넌 틀리다'라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29일 "인국공에는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섞여있는데다가 정치적으로 쟁점화된 상황에서 한쪽 편을 들어서 교통정리하기는 어렵다"라면서 "계속해서 갈등국면으로는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정규직들의 걱정도 팩트체크를 해 가며 덜어주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당사자가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정 협의체가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합의의 주체이기도 한 정규직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국 합의가 제대로 안 된 것을 의미한다"라며 "노사정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노총 역시 두 노조의 갈등을 중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의 배경에는 기존 1,400여명의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1,900여명의 보안검색요원들이 정규직으로 들어옴에 따라 기존 정규직 노조의 세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소장은 "대표노조가 바뀐다 하더라도 직무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별도노조가 가능하다"며 "기존 정규직에 불이익도 크게 없지만, 연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노-노간 갈등으로 악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건 정부의 정책이 노-노 갈등을 빚었다는 비판도 있다. 노 소장은 "인천국제공항은 정규직 1,000명에 비정규직이 1만명인 비정상적인 회사다. 이곳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인건비 절감 정책의 희생양이며 결국 노-노 갈등으로 보이는 현상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지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팩트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대차대조표를 나눌 차례"라며 "별도 직급체계를 갖고 공항 전체를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노사가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정규직 전환은 애초에 노사정 협의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만큼, 정부도 그 주체 중 하나로 제대로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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