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46세 K씨는 올 3월부터 체중이 4㎏ 늘어나면서 잘 조절되던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주치의에게서 운동량을 늘리라는 처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헬스클럽, 수영장, 주민운동센터를 비롯한 각종 운동 시설이 폐쇄돼 운동 실천율이 낮아졌고, 감염 우려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인 신체활동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체중이 늘어나면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고혈압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감염병이 2차적으로 만성질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 활동량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가 바로 걷기이다.
만보계는 도보량을 평가하는 유용한 도구다. 이 만보계는 영어로는 'pedometer', 즉 보수계이다. 보수계에 만보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하루 만 보 걷기가 신체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만보 걷기는 우리 건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올해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 4,84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해 도보량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하루에 4,000보 미만으로 걷는 사람을 기준으로 볼 때, 하루 8,000~1만2,000보를 걷는 사람의 추적 기간 중 사망 위험은 49%이었고, 하루 1만2,000보 이상을 걷는 사람의 사망 위험은 35%에 불과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대 연구팀이 16개 연구를 분석해 하루 앉아 있는 시간과 활동 시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4시간 미만이면서 활동 시간이 60분 이상 75분 이하인 경우를 기준군으로 설정해 조기 사망 위험을 평가한 결과, 기준군과 동일하게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이 4시간 미만이지만 활동 시간이 5분 미만인 군은 기준군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1.27배 더 높았다. 반면에 하루 8시간 앉아 있고 활동 시간이 60분 이상 75분 이하인 군은 기준군과 비교해 조기 사망 위험에서 차이가 없었다. 즉, 하루 8시간 앉아 있다면 최소 1시간 운동을 해야 조기 사망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걷기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근력을 키워준다. 물론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틈나는 대로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증을 예방ㆍ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경치가 좋은 곳을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걷기에는 특별한 장비나 준비가 필요 없다.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걸을 수 있다. 운동화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있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운동화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운동화를 신기 어렵다면 일상생활용으로 만들어진 신발 중에도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신발이라면 무방하다.
운동 시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오늘 당장 걷기를 시작할 수 있다. 운동 효과를 더 높이려고 걷기 속도를 올리고 싶다면 빠르게 걸어도 좋다. 다만 걷기 시작 첫 5분 간과 마지막 마무리 걷기 5분은 보통 속도로 걷는 방법으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평소 운동량이 아주 적고,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비만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갑자기 걷기를 시작하면 무릎, 발목 관절에 통증이나 염증이 생기거나 가슴에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걷기의 강도와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좋다. 걷는 도중에 왼쪽 가슴이 아프고 숨이 심하게 차거나 어지럽다면 걷기를 멈추고 주치의에게 진찰을 받아보아야 한다.
걷기를 할 때에는 KF94 마스크가 아닌 숨이 가빠져도 답답하지 않은 KF80 마스크, 덴털 마스크나 비말차단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걷다가 마스크가 젖으면 감염 예방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30분 이상 걷는다면 여분의 마스크를 챙겨서 마스크가 젖었을 때 갈아 주는 것도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걷기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면서 코로나19로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즈음 훌륭한 대안 운동이 될 수 있다. 오늘 당장 마스크를 쓰고 한적한 곳을 찾아 걸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