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단죄보다 치료 중요한데... 치료 예산 '쥐꼬리'

입력
2020.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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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활 치료에 힘겨운 사투
중독재활센터 서울ㆍ부산 2곳뿐
정부 지원은 10년새 되레 줄어



마약 중독은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뇌 질환인 만큼 ‘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불법 행위인 마약류 투약에 따른 결과인 만큼 그에 합당한 형사처벌도 필요하겠지만, 오로지 ‘법적 단죄’에 그치기만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와는 달리, 마약 중독자 치료ㆍ재활을 위한 인프라는 적정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특히 마약류가 한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약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6,044명으로 집계됐고, 투약 사범(8,210명)도 전년 대비 32.9% 증가했다. 직업별 통계를 보면 회사원이 2016년 492명에서 지난해 723명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학생(86명→242명)과 의료인(80명→130명)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정확한 실태 파악이 힘든 마약 범죄의 속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수치는 ‘진짜 현실’의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마약은 우리의 일상에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따라서 마약 중독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과는 달리,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한 우리 사회의 인적ㆍ물적 자원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일단 정부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기반 통합 서비스 체계인 중독재활센터는 현재 운영 중인 서울과 다음달 개소하는 부산 지역을 포함, 전국에 딱 두 곳뿐이다. 담당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충청권ㆍ호남권 등에 거주하는 중독자들에 대해선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법률에 따라 ‘치료보호기관’이 전국에 21곳(국공립 13곳 포함) 지정돼 있으나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관은 4, 5곳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해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해선 국비와 지방비를 5대5 비율로 지원하고, 국공립병원들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예산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해 펴낸 ‘마약류 남용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를 보면, 2008~2011년 각각 1억3,000만원 수준이었던 정부의 지원 액수는 2012년 8,400만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6,000만원까지 감소했던 예산은 이후 △2017년 7,200만원 △2018년 9,200만원 △2019년 1억2,000만원으로 다시 늘어나긴 했으나, 현장에서는 ‘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림원은 “2019년 책정된 1억2,000만원의 예산도 10년 전 22명이었던 치료보호 신청자가 최근 10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전체 치료보호의 3분의 2 정도를 담당했던 한 민간의료기관이 경영상 이유를 들어 결국 지정기관 자격을 반납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 결과, 치료보호기관 지정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최근 5년간 치료보호 실적이 5건 이하인 지정기관이 14곳에 달하고, 특히 국공립병원 4곳은 아예 실적이 전무하다는 게 단적인 증거다. 한림원은 보고서에서 “민간의료기관에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중독자의 의료 접근도는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식약처는 “권역별 중독재활센터를 2021년 2곳(충청, 호남권), 2022년에는 3곳을 추가로 설치해 마약류 중독자가 교육-상담-재활-사회복귀까지 한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또, “올해 2월 말부터 일반 국민이 스스로 최근 1년간 자신의 마약류 사용량을 자가 진단하고 오ㆍ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내 투약이력 조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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