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의혹에 휘말린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감찰 카드를 빼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추 장관의 초강수는 여권의 집중 포화 대상인 윤 총장의 사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대응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법무부는 25일 검사장인 한동훈(47ㆍ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내고 직접 감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26일부터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감찰관 직무대행으로 감찰에 착수할 것”이라며 “진행 중인 수사 상황도 고려될 것”이라 말했다. 법무부는 전보 조치 이유로는 “해당 검사(한 검사장)가 수사지휘 직무 수행이 곤란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은 올 1월 부산고검으로 밀려난 데 이어 두 번째 좌천성 인사를 당한 셈이 됐다.
법무부가 대검찰청 감찰 없이 현직 검사장에 대해 징계를 전제로 한 감찰에 착수하는 일은 전례가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감찰도 있었지만 당시는 대검과의 합동 감찰 성격이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감찰을 하다가도 수사가 시작되면 중단하는 게 보통인데, 수사 중에 감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한 검사장을 감찰하는 것은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했다고 풀이된다.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한 검사장 연루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수사팀 아닌 검사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 판단에 맡기자 추 장관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추 장관은 이날 공개석상에서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전날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 법 기술을 부려 대단히 유감”이라고 윤 총장을 직격했던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청회에서 “검찰이 정치를 하는 듯한 왜곡된 수사를 목격했다”고 또다시 날을 세웠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상대 강연에서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팀의 위증 종용 의혹 관련 진정 처리 과정을 들며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라 했지만 (윤 총장이)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내려보내고 '대검 인권부가 총괄해보라'했다.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며 윤 총장의 지시 불이행을 거론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찰 카드 또한 윤 총장 사퇴를 위한 추 장관의 고강도 압박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고검장을 지낸 한 법조 원로는 "임기 2년이 보장된 총장을 중간에 내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자 압박 수단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법무부 감찰 지시에 대해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하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이모 기자 등이 올 2, 3월 이철(55ㆍ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에 접근해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를 캐내려 시도한 과정에서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