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벽 충북 영동군 영동읍 화산2리에 나타나 산기슭 외진 길에 놓여 있는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 치운 반달가슴곰이 'KM-53'으로 확인됐다. KM-53은 ‘오삼이’라는 친근한 별명까지 얻은 반달가슴곰으로 이미 세 차례의 탈출과 한 차례의 교통사고로 잘 알라진 KM-53은 현재 영동읍 민주지산에 서식하고 있다.
KM-53이 영동읍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다. 충북 영동군과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은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읍면과 마을이장, 주민에게 ‘반달가슴곰 출현 시 행동요령’이 담긴 공문을 보내 협조를 당부한 상태다.
2015년 1월 태어나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청년 반달가슴곰 수컷 KM-53은 화려한 이주 전적을 갖고 있다. 2017년 두 차례나 경북 김천 수도산에 나타나 다시 지리산에다 풀어줬고, 2018년 5월에는 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다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2시간에 걸친 복합골절 수술을 받았다. 결국 곰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지난해 다시 수도산에 풀어줬으나 지난해 6월에는 구미 금오산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지리산 탈주 시도 때문에 ‘콜럼버스 곰’이라고 불리기도 한 KM-53은 올해로 다섯 살. 한창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은 청년기인데 이때가 짝짓기에 나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KM-53의 활동반경 확대에 대해 먹이 부족, 영역 확대, 배우자 찾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청년 반달곰이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KM-53의 위치가 영동 민주지산 부근으로 확인됐다”며 “어딜 가는지, 어떤 이유로 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계속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51마리, 새끼를 포함하면 69마리에 달한다. KM-53이 다른 반달곰보다 활동 반경이 넓지만 이는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특이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독 KM-53의 활동 반경이 넓은 것은 인간으로 치면 용기와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꿀통을 건드리는 것 역시 자연적응 실패가 아니라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다만 지역주민과 충돌이나 올무에 걸리는 것 등을 피해야 하는 건 과제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의 윤주옥 이사는 “반달곰들이 지리산 지역을 벗어나 활동하려는 개체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지리산 외 반달곰이 확인될 경우 개체 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