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깡패다? 초선이 먼저다!" 여야의 열띤 '초선 챙기기'

입력
2020.06.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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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21대 국회 초선 위상... 與 ‘전문성’ 野 ‘목소리’ 강점 달라...  민주연 초선 대상 혁신포럼에 공력...


“선수(選數)가 깡패다? 초선(初選)이 먼저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여야의 ‘초선 챙기기’가 각별하다. 의정 활동 성패를 좌우하는 국회상임위원회 배정에서부터 ‘초선 우선’이란 대원칙이 등장하는가 하면, 초선 의원을 위한 각종 공부 모임에 청와대 참모와 중진 출신 장관 등이 총출동한다. 지도부와 중진 등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수가 깡패’라는 여의도의 오랜 우스갯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과거보다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달라진 정치권 인재 수혈 구조도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 ‘노른자 상임위’ 포진

더불어민주당에 ‘초선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유능한 민주당, 성과를 내는 국회를 위해 약 180명 의원 모두가 소외감 없이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특히 초선 의원 의정활동 지원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연신 “초선이 먼저다”를 외쳤다.

실제 각 의원실의 눈치 작전이 치열했던 이번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초선 의원의 지망’은 가장 중요한 배정 원칙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배정과정을 잘 아는 당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노른자 상임위’에 초선 의원들이 대거 포진된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은 지역구 챙기기에 보탬이 되거나, 주요 현안 관련 활동으로 존재감 부각에 유리한 대표적 알짜 위원회로 분류된다. 여당 의원 가운데 초선 비율은 국토위 72%, 산자위 67%, 교육위 56%다.

이런 ‘우선 배정’에는 원내 지도부의 의지에 더해 ‘초선 배려’를 자연스레 여기는 중진들의 분위기도 기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중진 의원은 “3선 이상은 상임위 배정에 있어 대체로 ‘처분대로’를 기다렸던 상황”이라며 “최적의 상임위에 가서 장기를 한창 살려야 할 초선들과 달리 어딜 가서든 한 몫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으면 정치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너스레도 오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정 직후인 15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친전에서 △희망순위 △초선 우선 배정 등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 ‘초선 과외’에 전심전력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역시 초선 역량 끌어올리기에 이례적인 공력을 쏟고 있다. 초선 의원을 위해 크게 세 갈래의  ‘특별 강연'이 마련된 것부터 눈에 띈다. 지난달 4회에 걸쳐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에는 청와대의 김연명 사회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 등이 강사로 참여해 포스트 코로나 전망과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를 설명했다. 을지로위원회와 공동 기획한 ‘민생공정경제 연속 세미나’에는 각 분야에 밝은 재선 이상 의원과 현장 전문가들이 나섰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초선 의원 혁신 포럼’의 강사는 당 출신의 여성 장관 4인방이 나선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시작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공직자의 자세와 의정활동 방향을 전한다. 민주연이 국회 개원을 앞두고 예비 초선을 상대로 이런 대대적 특강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많다 보면 당에 활력은 넘치지만 우왕좌왕할 가능성도 커진다"면서 "의정 활동의 기본기를 어쩌다 성의 있는 선배 의원한테서 알음알음 배우는 도제식으론 한계가 명확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체계적 사전 교육이 필수라는 의미다.

달라진 인재 수혈 구조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줬다. 역대로 386 운동권, 시민단체 활동가 등 ‘문제 해결 능력’ 자체를 인정 받은 그룹에서 해 오던 인재영입의 풀을 점차 전문가 그룹으로 이동하다 보니, 각 ‘스페셜리스트’들의 전문성을 살리지 않으면 각 의원이 국회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내부 판단이다. 


◇ 목소리 키우는 野 초선들

 초선 의원의 존재감이 남다른 건 통합당 사정도 비슷하다. 최근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명을 고분고분 따르던 모습과 달리, 국회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단일대오를 이뤄 ‘야성’을 내지른다. 이들은 지난 15일 본회의를 앞두고서는 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비록 출신 당은 다르지만 ‘정치 대선배’인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쓴 소리를 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처럼 통합당 초선들의 운신폭이 넓어진 데는 계파나 공포의 리더십이 사라진 까닭도 한 몫을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력한 보스의 의중에 따라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 등으로 갈려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계파 정치가 사실상 불식됐기 때문이다. 또한 초선이 통합당 전체 의석의 과반(56.3%)을 차지하는 ‘수적 우위’도 초선들의 발언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같은 초선이라 하더라도 민주당 초선들은 ‘윤미향 사안’ 등 예민한 사태에 목소리를 자제하는 걸 보면 통합당 초선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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