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하자, 헌재 앞에 모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반색하며 "대통령 탄핵도 기각돼야 한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광화문 인근 '찬탄(탄핵 찬성)' 진영은 "헌재는 시간 끌지 말고 당장 윤 대통령을 파면해 시민 일상을 돌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건너편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 50여 명은 감사원장 탄핵심판 청구 기각 소식에 잔뜩 고무돼 있었다. 한 손엔 태극기, 다른 손엔 휴대폰을 쥔 채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던 김모(68)씨는 "검사 셋도 무조건 (탄핵) 기각이고, 그러면 대통령님도 기각이 나올 걸로 믿는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검사 3명도 만장일치로 탄핵 기각'이란 속보가 나오자, 김씨는 "잘 됐다! 탄핵 각하!"라고 외쳤다. 황윤정(39)씨는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검사들까지 줄줄이 탄핵(소추)하니깐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린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거란 시그널 같아서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전 11시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이 헌재 앞에서 연 기자회견 장소로 몰려갔다. 나경원 의원이 "민주당의 줄탄핵이 다 기각됐으니 대통령 탄핵소추도 각하돼야 한다"고 말하자, 인근에서 단식 밤샘 농성 중이던 지지자들은 "이제 대통령 기각만 남았다"고 화답했다. 태극기를 든 한 여성은 탄핵 반대 열망을 온몸으로 표현하려는 듯 의원들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안국역 5번 출구 부근 반탄(탄핵 반대) 철야 집회장도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약 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인파가 "탄핵 무효" "국회 해체" 구호를 외쳤고, 무대 앞에서 해병대 전우회가 대규모 삭발식을 열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반면 '찬탄' 진영은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복궁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부산대 재학생 이승민(27)씨는 "다른 탄핵심판과 달리 윤 대통령 파면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며 "전 국민이 (계엄 선포를) 생중계로 봤는데, 탄핵이 기각될 거란 극우 세력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김태균(65)씨 역시 "극우 세력이 '우리가 이긴다'고 하는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시민단체와 야권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헌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조국혁신당은 광화문 광장부터 헌재를 향해 '삼보일배'를 했다. 본회의를 마친 민주당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복궁 동십자각까지 행진한 뒤 비상행동 주최 '탄핵 촉구' 집회 대열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