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처음 앞선 SK하이닉스 실적..."올해도 새 역사 기대 크다"

입력
2025.01.24 04:30
11면
4분기 영업이익 SK하이닉스 8조 VS 삼성전자 6.5조
AI 대응 능력이 실적 성패 갈라

SK하이닉스가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가장 좋은 기록을 썼는데 올해 역시 상저하고의 실적이 예상돼 새 역사를 쓸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66조1,930억 원,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을 냈다고 23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19조7,670억 원, 영업이익은 8조828억 원을 달성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웠다.

4분기만 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잠정 6조5,000억 원)도 뛰어넘는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을 2조 원 후반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정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DS 부문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D램 매출의 40%가 HBM...올해 물량은 벌써 완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운명을 가른 건 AI가속기에 쓰이는 HBM 수요다. HBM은 통상 범용 D램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3∼5배 비싼데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가속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2023년보다 4.5배 이상 증가했다. 4분기 기준 회사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범용 D램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 제품이 쓰이는 개인용컴퓨터(PC), 스마트폰 등의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가격이 가파르게 내렸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의 높은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메모리 업체도 안정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AI 큰손' 엔비디아에 대부분 물량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첫 5세대 HBM(HBM3E) 12단을 양산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 HBM3E 16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하반기에는 6세대 HBM인 HBM4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완판' 상태다.

관건은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AI 투자가 계속될 것이냐인데 SK하이닉스는 기업뿐 아니라 미국 등 국가 차원의 AI 투자 계획도 발표되고 있어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1분기(1~3월) 재고 조정으로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소비자용 제품 시장 상황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세도 "품질과 성능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자신했다.

역대 최고 실적에 따라 역대 최대 직원 보상도 실시한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연간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1,000%와 특별 성과급 500% 등 총 1,500%의 성과급을 책정했다고 공지했다. 연봉의 75% 수준으로 24일 지급된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