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로 체포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치가 다시 '정치 보복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들처럼 불행한 말로를 맞게 되면서 진보·보수 진영 간 대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불법 체포"라며 지지자들을 자극한 탓에 갈등을 더 키운 꼴이 됐다는 비판도 내놨다.
16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12·3 불법 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전날 체포된 것과 관련, "진보·보수 진영 간 대립이 사회 분단 수준으로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사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등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끝이 좋지 않았다며 그 원인으로 정치 보복을 꼽았다. 아사히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양 진영은 '정치 보복'이라는 말을 빈번히 주고받게 됐다"며 "대통령 임기 내 행위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치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는데, '정치적 항거'라는 메시지가 됐다"며 "진보 세력의 강경한 태도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의 정치를 반복해 온 (한국의)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지지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 때문에 진영 대립은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사전 녹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며 "이 나라에는 법이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마이니치에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독려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보혁 대립은 심했고, 이번 사태로 진영 간 분열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코노기 교수도 "윤 대통령 구금으로 진영 간 보복이 새 국면을 맞지 않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 상태였던 양국 관계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며 개선됐으나,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핵심인 과거사 문제만 키운 채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2023년 3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정부 산하 재단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시했고, 일본 정부의 반성 없는 과거사 인식에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인정 등 '대(對)일본 저자세 외교'를 반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사히는 "악화일로였던 일한(한일) 관계를 개선한 최대 주역은 윤 대통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사도광산 등) 역사 문제로 강경하게 나올 수 있고, 향후 양국 관계의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