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출신의 배우 최승현(37)이 11년 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래퍼 타노스 역할로 복귀하면서 긴 침묵을 깬 것이다. 검은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경직된 모습으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 들어선 최승현은 대마초 흡연과 연예계 은퇴 암시 등 과거 논란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그가 기자들과 만난 것은 영화 ‘타짜-신의 손’(2014) 출연 이후 11년 만이다.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후 최정상에 올랐지만 2017년 대마초 흡연 사실이 적발됐고, 은퇴 번복 등의 논란을 겪었다. 과거 은퇴를 암시했던 것 등에 대해 최승현은 “저의 과오(대마초 흡입)로 인해 겪은 추락과 몰락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길이었고, 저는 어둠 속에 있었다”며 “정신이 피폐해지고 자기 혐오감도 많아 판단력이 없어서 그런 실수들을 저질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이뤄졌던 빅뱅 탈퇴 얘기도 꺼냈다. 그는 “제가 팀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줬고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죄책감 때문에 2020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팀을 떠나겠다고 말했다”며 “아직도 빅뱅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 어둠 속에 갇혔던 그를 되살린 건 음악이었다. 최승현은 “지난 7, 8년간 집과 음악 작업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음악 만들기에 몰입했다”며 “악기와 마이크 앞에서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 들었고 저의 존재 목적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복귀는 순탄치 않았다. ‘오징어 게임2’ 제작사로부터 오디션을 제안받은 타노스 역은 마약에 중독된 래퍼였다. 최승현은 “부끄러운 제 과거와 직면해야 하고, 세계적으로 (타노스로) 이미지가 박제될 수 있어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10년 동안 저를 찾는 사람이 없었는데 황동혁 감독님이 제게 손을 내밀어주신 감사함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출연 사실이 공개된 후 부적절한 캐스팅이라는 일부 비난에 그는 하차를 고민하기도 했다.
드라마 공개 후 그의 연기에 대한 국내 평가는 엇갈렸지만 해외에서는 연기 호평이 많았다. 그는 “타노스는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를 가진 실패한 힙합 루저이기 때문에 랩을 단순하게, 오그라드는 콘셉트로 했다”며 “숏폼 콘텐츠나 웃긴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 앞에 서지 못했던 시간을 “잃어버린 30대”라고 표현하면서도 “멈춘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고 했다. “그 또한 제가 겪어야 했던 어둠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두운 그늘에서 성장한 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