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잃고 할 말 잃은 집권 여당... "민주당은 이제 속이 시원한가"

입력
2025.01.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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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연대'에도 尹 체포 못 막은 여당
초상집 방불케 한 의총 내내 '침통'
권성동 "황당하고 참담.. 국민께 사죄"
권영세 "단호한 결기로 부당함 맞서자"
공수처, 국수본 고발에 항의 방문도
당 일각에선 "변화 쇄신" 주문도 솔솔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이뤄진 15일 '수장'을 잃은 국민의힘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남동 관저 앞을 찾은 35명의 의원들은 속절없이 발길을 돌렸고, 체포만큼은 막아서자며 '결사항전'으로 버텼던 지도부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 없는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변화와 쇄신 없이는 보수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다.

국민의힘은 이른 새벽부터 한남동 관저 앞과 국회에 모여 윤 대통령 체포 중단을 촉구했지만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지 1시간 만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는 '침통함' 그 자체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속속 입장한 의원들은 간단한 악수만 나눈 채 서둘러 착석했다.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돌아온 의원들은 두꺼운 패딩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등장했다. 대통령 체포를 막지 못해 기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침통과 침묵 '충격 의총'... "비극의 3중주"

권성동 원내대표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져 국격이 무너진 데 대단히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동운 공수처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이제 속이 시원한지' 묻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 우리 의원들보다 국민들께서 더 황당하고 참담한 마음일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보수층을 달래기 위해 단일대오도 강조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직 대통령 체포는 체포영장을 발부해준 서부지법, 민주당과 내통한 경찰이 만든 비극의 3중주"라며 "대통령께서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적 영장 집행인데도 큰 결단을 내렸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단호한 결기, 하나 된 힘으로 부당함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다독였다.

의원들은 할 말을 잃었고, 충격은 커 보였다. 한 의원은 "지금 같은 비상한 상황에는 의원들이 추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지도부가 오늘은 침통한 날이니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며 "발언을 한 의원도 2명 정도에 그쳤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의총에선 앞으로 더 단일대오로 움직여야 하며 이탈하지 말자는 말이 나왔다"며 "오늘은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일각 "변화 쇄신" 필요... '尹과 헤어질 결심'

다만 윤 대통령 체포를 강행한 공수처와 경찰을 향한 강경 모드는 유지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무 범위를 넘어선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 등 후속조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는 즉각 오 공수처장과 우 국가수사본부장 등을 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죄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와 국수본 등 항의방문도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 체포에 격앙된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엄청나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 등 사법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경우 국민의힘도 다음 스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2말 3초'에 탄핵 인용에 나설 경우 정국은 조기 대선 모드로 급속도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노선 변경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한 의원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당도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이성택 기자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