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버티던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됐다. 윤 대통령은 “불법 수사임에도 유혈사태를 막고자 응했다”며 자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호차량을 타고 갔다고 해서 ‘강제 체포’를 '자진 출석'으로 둔갑시킬 순 없다.
불소추 특권(내란·외환 제외)을 가지면서 철통 경호까지 받는 현직 대통령의 구금은 평시엔 상상하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퇴임 후 수사받았던 대통령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적은 없었다.
다시 있어선 안 될 비극이다. 그러나 이번 체포는 법치주의를 거부하던 최고 권력자를 ‘법관의 영장’만으로 굴복시킨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간 윤 대통령은 초법적인 행태를 보였고, 때론 법 절차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등 법비(법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무리)와 ‘법꾸라지’ 자세를 일삼았다.
윤 대통령은 불법 소지가 다분한 비상계엄을 통해 헌정을 중단시키려 했다. 계엄 시도가 실패하자 비상식적 이유를 대며 탄핵심판 절차를 늦췄고, 수사기관 관할을 문제 삼으면서 소환 요구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관저 주변의 지지자를 선동하기도 했다. 1차 영장 집행 때 경호관을 동원해 ‘인간 장벽’을 쌓더니, 2차 집행도 응하지 않다가 다중 방어선이 뚫리고서야 출석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체포라는 물리적 행사가 취해진 건 오롯이 윤 대통령 탓이다.
이번 체포는 윤 대통령 말처럼 “법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 아니라, 법 밖에서 폭주하던 권력자를 법치 안에 강제로 끌어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상 초유 체포 작전’에서 법을 무시하고 법을 이용한 사람은 오직 윤 대통령뿐이었다. 법원과 수사기관 모두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안에서 대응했다. 대행들이 국정을 총괄하고 국론이 갈린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현직 국가원수를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오는 일이 충돌 없이 가능할 만큼 대한민국 법치가 제대로 작동 중이란 걸 보여줬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계기로, 초법 조치(계엄)에서 시작된 비정상적 정국이 다시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최고 권력자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걸 실감했고, 법 밖에선 누구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번 체포가 정치권에 만연한 △사법 불신 조장 △사법의 정치화(법원에 이데올로기 덧칠) △고의적 절차 지연 행태에 경종을 울리도록 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민주공화국 존립을 위협한 비상계엄 전모를 밝히고 내란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세워야 한다. 윤 대통령도 묵비로 일관할 게 아니라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