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나란히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 사람은 14일 기준 세계 부호 순위 1~3위다. 이들 중 베이조스와 저커버그는 과거 트럼프와 껄끄러운 관계였고, 머스크와도 다툼을 벌였던 사이여서 세 사람이 트럼프 취임식에서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 역사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주요 언론들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취임식에 미국 테크업계 거물인 이들 셋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머스크, 베이조스, 저커버그는 트럼프 내각 후보자들과 선출직 공직자,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등과 함께 취임식 연단에 앉게 된다. 한 소식통은 "이들은 취임식에서 VIP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WP는 "세 사람의 취임식 참석은 과거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 사이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 준다"고 짚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테크업계 인사들은 주로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취임식에서 이들이 VIP 자리를 꿰찬 것은 그와 같은 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 최측근으로 급부상하고 2기 행정부 정보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되면서 취임식 참석이 당연해 보이는 머스크와는 달리, 베이조스와 저커버그의 경우 한때 트럼프와 치열하게 반목했던 사이라 이번 취임식 참석이 특히 관심을 끈다. 트럼프는 첫 재임 때 베이조스의 WP 소유권, 아마존 납세 문제 등을 비판했다. 베이조스도 "트럼프를 우주로 보내자"고 비꼰 바 있다. 저커버그 역시 2021년 1월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금지한 것 등이 계기가 돼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최근 1년간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취임식 준비 기금에도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취임식 초청은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두 사람이 취임식에서 머스크와 함께 하는 모습도 화제가 될 전망이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와 경쟁사 블루오리진을 소유한 베이조스는 우주 탐사 분야 라이벌이고,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한때 1 대 1 몸싸움 얘기까지 오갔을 만큼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앙숙 관계다.
이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1위, 4,270억 달러), 베이조스(2위, 2,370억 달러), 저커버그(3위, 2,100억 달러)의 순자산가치 합계는 8,740억 달러(약 1,276조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