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스미스 특검 사임… "법무부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챕터 끝났다"

입력
2025.0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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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첫 연방 기소 불구... "품위 없는 종말"
트럼프 당선 후 '대통령 면책 특권'에 기소 취하
수사보고서 공개 두고 법무부·트럼프 갈등 지속
'정치 보복 위협'에… 민주 "선제적 사면을" 촉구

"미국 법무부 역사상 가장 보기 드물고 격동적이었던 챕터가 마무리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사임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스미스 특검은 2023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두 차례(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형사 재판에 넘기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연방 기소를 당한 역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던 인물이다.

물론 트럼프의 지난해 11·5 대선 승리로 스미스 특검이 기소를 취하함에 따라, 두 사건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 그의 사임은 정해진 수순이다. 다만 △대선 뒤집기 사건 수사보고서 공개 △트럼프의 정치 보복 등은 당분간 스미스 특검을 계속 주목하게 만들 변수로 꼽힌다.

미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형사 기소 이끌어

미국 뉴욕타임스(NYT)·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이날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스미스 특검이 전날 사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미스 특검은 지난 7일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대선 전복 시도, 두 사건 수사결과 최종 보고서를 법원에 낸 뒤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임명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예견된 일이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의 취임식(20일) 전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자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다. 특검팀 사무실도 최근 몇 주 동안 정리 과정을 거쳤다고 CNN이 전했다. 미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 기소는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인 만큼, 재임 중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작년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 기소 취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싱겁게 마무리됐다"고 논평했다. NYT는 "국가의 법적·정치적 지형을 새롭게 바꾼 싸움이 놀랍도록 조용하게 결론 났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도 "한때 트럼프를 감옥으로 보낼 게 확실해 보였던 형사 사건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로 끝났다"며 "스미스 특검과 국가에는 '고통스러운 과정의 품위 없는' 종말"이라고 평했다.


수사보고서 공개·트럼프 보복 여부에 관심

남은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우선 특검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공개, 특히 대선 전복 시도 사건 보고서 내용에 워싱턴 정가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트럼프는 사건 기소가 취소된 만큼, 법무부가 해당 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하면 안 된다며 법원에 이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공개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1심 법원은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연방 항소법원)은 트럼프 요청을 기각했다.

스미스 특검을 향한 트럼프의 '보복'도 관심거리다. 트럼프는 그동안 스미스 특검을 겨냥해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해 왔다. 이와 관련, 제럴드 코널리(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정치 보복'에 앞서 선제적 사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NYT가 전했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