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어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김 차장이 4일과 8일, 11일까지 세 차례 경찰 출석 요구를 무시한 데 따른 조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등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앞선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력으로 막은 박종준 전 처장과 김 차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소환을 통보했다.
경호처 지휘부는 ‘경찰 출석 날짜 쇼핑’을 통해 관련 수사를 최대한 늦추려 하고 있다. 두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버티던 박 전 처장은 10일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했다. 처음엔 “엄중한 시기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하더니, 경찰 출석 직전 사직서를 냈다. 이튿날에는 1차 소환에 불출석했던 이진하 본부장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광우 본부장은 8일과 10일 두 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의 ‘순차 출석’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의심할 만하다.
특히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도 물리력으로 저지하겠다는 강경파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호처 간부가 “체포영장 집행은 공무상 정당 행위”라며 김 차장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등 경호처 내에서조차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몇몇 지휘부의 고집 때문에 경호처 전체가 ‘윤석열 친위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뿐 아니라, 구성원 다수가 사법처리될 위험에까지 처한 것이다.
경호처 임무는 법 테두리 내에서 대통령을 향한 위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에 철조망을 두르며 누군가의 사병처럼 행동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 경호처가 해야 할 일은 체포영장 집행 이후 진행될 공조본 수사와 서울구치소 수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등 사법절차에 따라 달라질 비상적 경호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경호처 위상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