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를 늦추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협조가 도를 넘었다. 말로는 “절차에 성실히 응하겠다”면서, 정작 절차가 시작되면 온갖 핑계를 대며 말 바꾸기가 반복된다.
어제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불법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해서, 윤 대통령이 14일 헌재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석동현 변호사도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는 윤 대통령을 헌재에 나가지 못하게 할 의도”라는 설명을 했다. 헌법 절차에 응하지 않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다.
윤 대통령 측은 이미 체포 영장과 상관없이 “헌재에 직접 나가 탄핵의 부당성과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7일 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당당하게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인 이달 3일에도 윤 변호사가 “출석 의사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 의혹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계엄 선포 후 대국민담화에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책임을 진 게 하나도 없다. ‘경고성 계엄’이라더니, 오래전부터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던 사실도 드러났다.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 없다면서, 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한 것이 밝혀졌다.
대통령이 말을 바꾸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자꾸 입장이 바뀌는데, 도대체 어떻게 믿으란 것인가.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면 절차에 응하겠다”(8일 기자회견)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습을 볼 때,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이 청구되면 또 다른 이유를 대며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여길 막으면 저기로 피하고, 저길 막으면 또 딴 곳으로 빠져나가는 법비(法匪·법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하면서 국가의 권위와 기강이 자꾸 훼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