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첫 생포' 계기로 서방 지지 모색하는 젤렌스키… "세계가 진실 알아야"

입력
2025.01.12 14:51
우크라군, 포로 2명 초기 심문 결과 밝혀
생포 작전 영상도 공개하며 "어려움 부각"
20세 포로 "참전 아니라 훈련인 줄" 진술
북한군 신상 공개는 '국제법 위반' 비판도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신상 내역과 심문 결과 등을 공개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러시아 지원 파병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를 붙잡아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대외에 공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러시아 간 군사 협력의 '결정적 증거'를 잡은 만큼,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군 포로 20·26세... "소총병과 저격수"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최근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엑스(X)를 통해 '북한군 생포' 소식을 전한 뒤 몇 시간 만에 SBU의 초기 심문 결과도 발표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의식이 또렷한 북한군을 붙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 몇 명을 생포하긴 했지만 모두 부상 악화로 사망했다.

SBU 조사 결과, 북한군 포로 한 명은 20세로 2021년부터 북한 군대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사는 '시베리아 남부 러시아 연방 투바 공화국 출신 26세 러시아군'으로 표기된 위장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참전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파견된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SBU는 밝혔다. "북한군 파병 사실 은폐를 위해 러시아가 가짜 신분증을 배부했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26세인 다른 한 명은 '9년째 저격수로 배치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국가정보원의 통역 지원하에 심문이 이뤄졌다고 한다. SBU는 현재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함께 게시했다. 한 명은 턱에, 다른 한 명은 양손에 각각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정보 공개는 '서방 결집·지원' 촉구 의도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를 통해 "세계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SBU도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군사 작전과 북한군의 상호 작용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군 포로, 국제법 따라 적절히 대우"

우크라이나는 이번 북한군 생포가 '어려운 작전'이었음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작전 성과와 의미를 부각했고, SBU는 '생포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공개했다. 포로 한 명은 지난 9일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에 붙잡혔으며, 다른 한 명에 대해선 정확한 시점 언급 없이 "공수부대가 생포했다"고만 발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를 국제법에 따라 적절히 대우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세 포로가 턱을 다쳤고, 20세 병사는 다리 골절로 의료 조치를 받을 예정이라는 게 SBU의 설명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번 북한군 포로 신상 공개와 관련, 일각에서는 "포로는 공공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규정된 '전쟁포로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 제13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