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올해 글로벌 통상 환경이 풍파(Storm)와 같을 거란 전망을 내놨다.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으로 돌아와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다시 펼치면서 그 여파가 글로벌 통상 환경에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별 기업의 관세 면제 절차를 활용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2일 '2025년 글로벌 통상 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통상 환경을 좌우할 요소로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 △관세(Tariff) △중국발 공급과잉(Oversupply) △자원(Resources)의 신(新)무기화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 앞 글자를 따 올해가 기업에 '풍파(S·T·O·R·M)'와 같을 것으로 전망했다.
풍파의 중심에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2기가 있다. 자국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제 안보 정책 확장이나 공격적 관세 부과 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2024년 선거 기간 중 보편 관세(모든 국가와 모든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와 중국에 대한 60% 고율 관세 등을 주장했는데 보편 관세는 대통령에게 포괄적 권한을 주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특정 국가나 품목을 타깃으로 상대국의 관세 인하를 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관세 정책을 펼치면 이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이끌어 미국 제조업 육성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격적 통상 조치는 글로벌 환경에도 큰 변화를 낳을 우려가 크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처럼 자국 산업을 지키고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 높은 수준의 견제가 예고된 중국은 못 판 제품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데 오랜 공급과잉 현상으로 값이 싸진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즉 수출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 이중고를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은 그 맞대응으로 핵심 광물 통제를 통해 미국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정제 생산량의 68%, 안티몬 생산량의 48% 등을 점유하는 광물 강국이다. 실제 지난해 9월, 12월 안티몬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시켜 미국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안티몬 수입량의 63%를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관세 부과와 오프쇼어링(offshoring·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공장 등을 이전하는 것) 제재 등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 기업 관세 면제 절차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에 우호적 기업에 관세 면제 가능성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 등을 비춰봤을 때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제조 공급망, 고용 창출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점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풍파는 막는다고 막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이런 환경이) 우리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니 수출 시장 다변화와 중국 대체 국가로서의 위상 제고 등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