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트럼프 취임식에 약 15억 원 기부… WSJ "정의선-트럼프 회동 추진"

입력
2025.01.12 08:57
"관세 압박에 자동차 기업들 기부 릴레이"

현대차가 오는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을 기부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 美대통령 취임식 첫 기금... "100만 달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 관계자들이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을 냈고, 지난해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자 측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왔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에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트럼프 당선자 취임식 기금으로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국가의 상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그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는 차원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에 더해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발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다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도 선언한 바 있다. 두 나라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마약 등 범죄가 쏟아져 들어온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협정(USMCA)을 통해 두 나라의 대미 수출품에 무관세를 적용해 왔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리서치 업체 울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 규모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47조4,000억 원)에 달하며, 관세 부과 시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도 약 3,000달러(약 440만 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경영진, 트럼프 취임식 참석 가능성"

WSJ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가 트럼프 당선자 자택인 미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리조트 또는 취임 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측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에서는 회동이 성사될 경우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자 취임식에 무뇨스 사장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SJ는 "현대차가 트럼프의 참모들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격적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트럼프 측에 '미국 일자리 창출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지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00만 달러 기부를 확인하면서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WSJ에 밝혔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