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선거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판결로 선거가 잠정 보류되는 등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축구협회가 결국 선거운영위원회(이하 선거위) 전원이 사퇴함에 따라 선거 재개 등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축구협회는 10일 "선거위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날 공지한 선거일정은 취소됐다"며 "선거위의 재구성 문제를 포함해 추후 회장선거 진행의 전반적인 관련 사항을 논의해 다음 주 중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가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기 20여 분 전 선거위는 "전원 사퇴 결정"을 통보했다. 선거위는 "법원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면서 선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후보자 측에 대한 의견수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인 비방만 지속되고 있다"며 "선거위가 정상적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 심사숙고 끝에 위원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전날 당초 8일이었던 선거를 23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허 전 이사장이 낸 '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법원으로부터 불공정 등 지적된 선거인단 추첨(12일) 등 선거일정을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발표 이후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을 제외한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과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동의한 적 없는 거짓 발표"라고 반발했다. 축구협회는 세 후보 측과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했으나, 허 전 이사장과 신 교수는 "선거위의 일방적 통보"라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와 선거위의 결정은 각종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허 전 이사장은 선거위 구성 위원 중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인 변호사, 정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소송(2022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을 맡은 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고 폭로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정 회장이 결격 사유가 없다며 4선 도전을 승인한 조직이다. 축구협회가 그간 선거위 구성을 공개하지 않은 게 '정 회장과 관련한 인사들이 포함되서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다.
다만 선거위는 일부 후보들이 제기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 "선정위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정됐다. 법원도 선거위 선정 절차나 구성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축구협회가 선거를 관리·운영하는 선거위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아, 선거위가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거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확인할 수 없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의미로, 선정 절차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축구협회는 또 다시 자의적 해석을 한 것인데, 문체부는 지난해 10월 2일 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 중 그간 축구협회가 논란이 일 때마다 "허위 보도 설명자료 배포, 내용 거짓임이 드러나자 말 바꾸기"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무엇보다 축구협회가 선거일정을 서두르려는 것도 정 회장과 김정배 부회장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때문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2일 축구협회가 신청한 재심의 7건 사안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는데, 문책(징계) 경우 1개월 이내에 징계 의결 후 결과를 알려야 한다. 정 회장의 후보 자격이 재고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야권 후보들은 선거일정을 서두르지 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