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여론조사를 앞세워 하루 평균 3,0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는다는 조사로 "대세는 우리 편"이라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후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민의를 왜곡해 전달할 수 있으므로 보도할 때 최소한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미디어 윤리는 외면하고 있다.
글로벌 유튜브 채널 순위집계 플랫폼 '플레이보드' 분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기한이 만료된 5일, 그리고 이날 오후 공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6일에 걸쳐 극우 유튜버들은 '슈퍼챗'(공식 후원금)으로만 떼돈을 벌었다.
신의한수(구독자 160만 명), 젊은시각(79만 명), 홍철기TV(51만 명) 등 8개 채널은 5일 국내 유튜브 채널의 후원금 순위 1~5위를 싹쓸이했고, 6일에도 후원금 상위 채널 10개 중 5개를 차지했다. 이들 채널은 5일 하루에만 약 4,000만 원을 모았다. 9일엔 '여론조사공정'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42.4%라는 조사를 내놨다. 이들 유튜버들은 이날까지 5일간 후원금 총 1억5,500만 원을 받아 하루 약 3,100만 원씩의 수입을 올렸다.
고수익을 챙기는 유튜버들은 윤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 앞 집회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참가자 등을 통해 KOPRA 등의 조사 결과를 내보냈다. 6일 '신의한수' 채널의 영상을 보면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었다. 우파가 단결하고 윤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고 하자 현장이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이 영상은 58만 회 조회돼 이달 들어 해당 채널의 실시간 영상 25개 중 4위를 기록했다. 5, 6일 이틀간 이 채널에 쏟아진 후원금도 2,450만 원을 넘겼다. 여타 7개 극우 유튜버들도 집회를 중계한 운영자가 직접 여론조사 결과를 말하거나 썸네일 또는 제목에 '尹 지지율 40% 돌파', '尹 지지율 폭등' 같은 문구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소재는 신규 구독자 증가에도 한몫했다. 플레이보드 분석에 따르면 배승희변호사, 고성국TV, 성창경TV, 이봉규TV 등 구독자 90만 명 이상인 채널 5개의 새 구독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4만 명 증가했으나, 5일 KOPRA 조사 결과를 일제히 전달한 뒤부터 9일까지 6만6,000명 늘었다. 직전 같은 기간보다 약 6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KOPRA의 여론조사는 공표 후 곧바로 논란을 낳았다. 설문지 첫 질문부터 통상의 여론조사에 비해 이례적이어서다. 여론조사 분야 권위자 중 한 명인 김헌태 매시스컨설팅 대표(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창립자)는 9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보통은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나 못하나'로 묻는데, KOPRA와 '공정'의 조사는 '대통령을 지지하나 반대하나'도 아니고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하나'란 질문으로 시작했다"면서 "직무 정지 상태임을 고려해 '국정 수행' 대신 '지지율'을 물었다 해도, 모범적인 질문 방식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도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묻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7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유튜버 대부분은 편향성 논란은 무시한 채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전광훈TV'에서 "실제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넘었다. 집회를 더 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90%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이봉규TV 운영자 이봉규씨도 "계엄하기 전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졌으니 이제 국민들이 계엄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아가 '윤석열 지지율 상승'이란 소재를 정치 공세에도 활용했다. 구독자 186만 명의 '진성호TV'는 여론조사 결과를 영상 썸네일에 쓰면서 "불안한 이재명 난리났다. 판세급변"이라는 문구를 같이 적었다. 성창경TV는 "尹 지지율 또 폭등 민주당 초비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 대표는 "바람직하지 않은 여론조사 활용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왜곡 또는 편향된 주장을 수익화하는 정치 유튜버의 행태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유튜버의 수입을 세무조사하고 형사처벌하는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면서 "당국과 유튜브가 손잡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추천 알고리즘'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영상만 계속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갇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유튜버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의 자율적 규제가 중요하다'고 짚으면서도 "소위 '100만 유튜버' 등 영향력이 큰 채널에 대해선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지우는 선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