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는 게 푸바오에게 득이 됐을까?

입력
2025.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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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공주'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사랑받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지 9개월. 떠나 보내는 아쉬움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푸바오 팬들은 지금까지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푸바오가 대중에 2개월 만에 공개됐을 때부터 일었던 학대 의혹은 오히려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국으로 돌아간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푸바오의 목덜미 털이 빠지고 머리에 상처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되면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에도 푸바오팬들은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관련 광고를 게재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별다르게 달라지는 점은 없던 차 지난달 초 관람객들이 푸바오의 경련 증상을 발견하면서 우려는 커졌다. 지난달 31일부터는 아예 비공개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한 달이 넘는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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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616160003006)

시민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는 사흘에 한번 꼴로 푸바오의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빠졌고, 관람객에게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근거로 학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푸바오가 지내는 쓰촨성 청두 워룽 선수핑기지 측은 몸무게가 오히려 1㎏늘었다고 주장한다)

푸바오 관련 기사가 나가면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한 마리에 왜 이리 호들갑이냐'와 비슷한 내용의 댓글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푸바오는 '멸종위기종 보호', '구조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이 판다에게 한 짓을 떠오르게 한다.

칭화대에서 '판다 보호 역사'를 연구한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는 그가 쓴 책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에서 판다의 사육 및 번식 프로젝트의 인간 중심적 보호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판다의 서식지는 벌목하면서 막상 데려온 판다는 오로지 증식을 위해 인공수정과 정자 채취에 과도하게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자연보호구역에서 20년간 근무한 직원조차 판다가 야생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본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독립생활을 선호하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동물원에서 과연 살고 싶어할지 되묻는다.

판다는 중국의 동물 외교에도 활용되고 있다. 판다가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어릴 때 어렵게 적응했는데 만 네 살이 되기 전 영문도 모른 채 정든 곳을 떠나야 하며 이후에는 번식에 동원돼야 하니 기구한 삶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갈 시점에는 판다 126마리가 동물원에서 사육됐지만 지금은 700마리 이상에 달하는 점을 꼬집었다. 또 야생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동물원에서 기르는 동물을 집중적으로 증식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도 했다.

동물학자 조지 셀러의 저서 '최후의 판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만약 판다가 대나무 숲에서 조용히 살아갈 수 있었다면 매스컴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일도, 인간의 이기적 탐욕에 휘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중략) 그랬다면 수많은 판다가 자유를 잃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에게 귀엽게 보인다는 이유로 판다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