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성경 공부가 있었던 날이다. "느헤미야가 온 백성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호와 여러분의 하나님께 거룩한 날입니다. 슬퍼하거나 울지 마세요.' 온 백성이 율법의 말씀을 듣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느헤미야 8:9, 새한글성경). 이전에도 초막절 때 모여 율법을 읽던 전통은 있었다. 그러나 약 70년간 나라를 잃고 유배 생활을 하면서 이 전통이 중단되었다.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와 무너졌던 성전을 세우고 다시 함께 모여 율법을 읽게 된 감격이 울음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율법은 구약성경의 핵심이다. 이 자료의 전승은 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성경에서 보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던 시기부터였다. 성전이 무너져 예배를 드릴 수 없자 율법 낭독과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이다. 저날 읽었던 문헌이 어찌 보자면 최초의 성경이었을 것이다.
이날의 기록은, 그저 낭송을 지나 내용까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가르쳤다는 것을 유달리 강조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책을 소리 내어 읽어서 들려주고는 바로바로 풀이해 주었다. 알아듣도록 해 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읽어 주는 내용을 깨닫게 되었다."(8). 현장에서 성경을 풀이해 주던 13명의 이름까지 본문은 구체적으로 남겼다.
그때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면, 구체적인 성경 공부가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성경의 언어를 그들이 쉽게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70년간 유배되어 살면서 그들의 모국어며 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제국의 언어였던 아람어를 사용했다. 이 역사적인 날, 율법 학자 에스라가 강단에 올라서서 율법을 낭독했지만, 다수의 청중에게 그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이크나 스피커가 없던 시대라서 "백성은 자기 자리에 계속 서 있었"고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책을 소리 내어 읽어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7-8).
성경이 알려주는 최초의 성경 공부는 이렇게 마쳤다. "백성은 모두 돌아가서 먹고 마시고 한몫씩 나누어 주며, 크게 즐거워했다. 읽어 주어서 듣고 알게 된 말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12). 성경이 알려주는 모범적인 성경 공부 사례다. 진정한 깨달음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영혼의 즐거움은 삶의 나눔으로 승화했다. 신앙의 꽃이 피어나는 곳은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밖이어야 함을 위 구절은 잘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