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체포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출석 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해온 윤 대통령은 공수처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절차에 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8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공수처가 하는 모든 수사는 불법이라 응할 수 없다"며 "만일 공수처에 체포를 당하더라도 이는 불법 조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수처는 내란 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을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 받았다. 공수처는 경찰과 협의해 조만간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일 1차 집행 시도를 막아낸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경호처 등을 동원해 관저 방어를 강화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며 일체 응하지 않고 있지만, 공수처가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날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송진호·배보윤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취재진을 만나 "무효인 체포영장 집행에는 더 이상 응할 수 없다. 체포영장을 청구할 단계면 어느 정도 증거는 확보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기소를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을 소환해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면서 "조사를 꼭 해야겠다면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라. 그 절차에는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란 등 혐의에 연루된 주요 피의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된 만큼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참여하겠다는 취지다.
윤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들의 공소장에 적시된 윤 대통령 발언도 부인했다. 그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군 병력 280명으로 국회 장악이 되겠나. 질서 유지 차원에서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러면서 공수처 측에 체포영장 집행 외에 다른 방안을 찾으라고도 했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는 공무원 간 갈등을 부추기거나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다른 방안을 찾으라"며 "경찰 기동대나 특공대까지 동원해 영장을 집행하는 건 반란이고 내란"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탄핵소추 의견서 분석 결과, 내란죄 관련 부분이 80%"라면서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는 건 말장난이고 궤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란죄 철회, 기일 지정 문제 등 논란이 해소되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이 제기한 '윤 대통령 도주설'에 대해선 "거짓 선전 선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