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막판 귀를 막은 채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있다. 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데 애를 먹도록 만들려는 게 핵심 의도다.
미국 소비자금융국은 7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가 개인 신용 상태를 평가할 때 갚지 못한 병원비 등 의료 부채를 반영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신용평가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하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공개했다. 전날에는 미국 연안 대부분에서 새로운 원유·가스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백악관이 발표하기도 했다.
둘 다 트럼프 당선자와 차기 집권당인 공화당이 반대해 온 조치다. 20일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민주당 정권이 공화당 정권으로 바뀌면 곧장 폐기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안 시추 금지 조치의 경우, 법이 명확하지 않아 철회가 까다롭다는 게 미국 언론들 분석이다. ‘바이든표’ 친(親)환경 정책의 수명이 조금이라도 길어질 수 있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에 갈 때 가더라도 취임 첫날 시추 금지 조치를 취소할 것”이라며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말로만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떠들고 있다”고 투덜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반대편 눈치를 보며 주저해 온 결정도 퇴임에 임박해 눈 딱 감고 해치우는 모습이다. 친정 민주당 내에서마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핀잔이 나왔던 지난달 초 아들 헌터 바이든 사면이 대표적이다. 새 행정부에서 사형 집행이 재개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성탄절 이틀 전 단행했던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의 무더기 감형도 피해자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노골적인 ‘보은(報恩)성 자기 사람 챙기기’ 역시 비슷한 범주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왕년 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 19명에게 대통령이 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공화당의 불참 방침에도 1·6 의사당 폭동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등 20명에게 두 번째로 높은 훈장 ‘대통령 시민 메달’을 각각 수여했다.
일본제철에 미국 철강 기업 US스틸을 매각하는 것을 불허했던 결정은 측근 참모와 각료들의 이견을 묵살하고 고집을 부린 경우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이 일자리 감소나 공장 폐쇄 같은 위험성을 따지기보다 오로지 자신의 오랜 소신에 따라 노조를 편들었다”며 “바이든이 마지막으로 취할 가능성이 큰 조치는 트럼프가 보복을 공언한 민주당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사면”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