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두고 야당에서 이미 제3의 장소로 피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안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생중계 영상에 포착됐다.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 측 변호사도 잇따라 "윤 대통령은 관저 안에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8일 오후 관저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가 유튜브에서 관저 안팎을 생중계한 영상을 보면 오후 12시 50분쯤 외양이나 걸음걸이가 윤 대통령과 비슷해 보이는 남성이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로 추정되는 3, 4명과 함께 관저 입구 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확인된다. 윤 대통령 추정 남성은 여러 사람에게 지시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차량에서 내린 한 남성이 윤 대통령 추정 남성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를 하는 모습도 잡혔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장면이 포착된 장소는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을 당시 3차 저지선이 구축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3차 저지선은 관저 건물과 200m 남짓 떨어져 있다. 윤 대통령 추정 남성이 카메라에 잡힌 시각은 오후 12시 53분부터 약 7분가량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해당 인물의 정체를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손을 휘두르는 모양, 걸음걸이가 윤 대통령과 상당히 흡사해 보인다"라는 의견부터 "대역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도피설이 나오니 일부러 카메라에 잡힌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걸음걸이, 제스처가 딱 윤석열로, 이는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동안 경호처 부장 이하 경호원들이 고심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에 도주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동요하는 경호처 내부 직원들을 다잡기 위해 '나는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행보로, 오늘 윤석열 출현이 그 방증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이날 오전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미 제3의 장소로 도피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를 부인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터무니없는 거짓 선동"이라며 "제가 어제 분명히 관저에서 뵙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 소문을 만드는 게 21세기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